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마블의 정주행을 다시 시작하면서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는 유독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였다. MCU의 공식적인 기원에 해당하는 시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히어로가 되기 전, 한 인간의 진심과 선택으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한다는 점이 인상 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의 서사는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주행 중이라면 이후 그의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작점이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스티브 로저스, 진정한 선함에서 시작된 영웅
스티브 로저스는 원래부터 강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왜소하고 병약한 청년이었으며, 전쟁에 나가기를 희망했지만 번번이 탈락하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의감과 용기를 잃지 않았고, 약한 자의 편에 서기를 선택했다.
그를 슈퍼솔저 실험 대상으로 지목한 박사 역시 “강한 사람이 아니라, 선한 사람에게 힘을 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말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힘이 있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영웅이었기 때문에 힘이 따라왔다는 것이다.
다시 보면서 느낀 건, 이 서사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티브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한다. 그런 모습이 영화 전체에 진하게 깔려 있다.
미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응원의 감정
정주행의 묘미는 미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의 서사를 다시 보는 데 있다. 스티브 로저스는 이 영화 이후로 수많은 전투에 나서고, 팀을 이끌고,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오랜 시간의 여정을 끝내고 자신이 원하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그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다. 아직 어린 그는 처음 사랑을 시작하고, 가치 있는 희생을 선택하며, 미래에 대한 어떤 약속을 남긴다. 그리고 관객은 그 약속이 나중에 지켜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를 응원하게 된다.
특히 페기와의 관계는 그 감정을 더욱 강화시킨다. 서로에게 애틋하지만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대화들,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훗날 《엔드게임》에서 감정적으로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약속의 시작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이스 스톤, 세계관의 시작을 암시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과거 회상만이 아니다. 마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테서랙트’, 즉 스페이스 스톤의 첫 등장이다.
레드 스컬이 사용한 이 신비로운 큐브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이후 마블 세계를 관통하는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로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이 설정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장치로 작용한다.
당시에는 그저 신비한 에너지 정도로 느껴졌지만, 지금 다시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큰 계획 속에서 치밀하게 설계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히어로 개인의 서사와, 거대한 세계관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점은 마블 특유의 장점이기도 하다.
액션, 연출, 그리고 복고적인 미장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마블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복고풍의 색감과 소품, 군사기지와 무기 디자인까지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고, 히어로 영화이면서 동시에 전쟁영화로도 읽힌다.
스티브가 깃발을 뽑아 훈련을 통과하는 장면, 어려운 구조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고 작전에 투입되는 장면, 기차 위에서 펼쳐지는 전투 등은 액션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태도와 감정이 더 크다.
물론 액션의 규모는 후속작들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만큼 인물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비행기를 몰고 바다에 추락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영웅적 희생이지만 스티브라는 인물이기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강한 힘보다 중요한 건 선한 마음이라는 걸 보여준 시작점.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