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캡틴 마블》은 MCU의 첫 여성 단독 주연 영화로, 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히어로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다. 정주행을 하면서 이 영화에 다시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강한 영웅’이 아니라 그 강함이 서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이후 이야기에서 어떤 가능성과 불안 요소를 남겼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닉 퓨리의 과거 이야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도 다시 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MCU의 시작점이 아이언맨이라면, 퓨리라는 인물의 기원과 그의 세계관 구축 과정을 보여주는 건 이 영화의 또 다른 의의다.
너무 강한 영웅의 양면성
캡틴 마블, 즉 캐럴 댄버스는 MCU 히어로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강력한 캐릭터다.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에너지 빔으로 함선을 파괴하며, 거대한 군대조차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다.
이러한 ‘압도적인 힘’은 분명 통쾌하고 시원하지만, 동시에 서사적으로는 양날의 검이 된다. 강함이 극에 달하면 위기감과 긴장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 ‘어차피 이기겠지’라는 생각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녀의 정체성과 기억 상실이라는 개인적인 갈등을 서사의 중심에 놓아 단순한 무력 과시 영화로 전락하는 것을 피했다.
차세대 리더로서의 기대감
《캡틴 마블》은 단순히 한 명의 히어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를 차세대 어벤져스 리더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닉 퓨리가 ‘어벤져스 계획’을 구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그녀와의 만남이었다는 설정은 그녀가 단순한 전투 요원이 아니라 MCU의 미래를 짊어질 인물임을 보여준다.
《인피니티 워》 이후의 전개를 아는 시점에서 보면, 퓨리가 최후의 순간에 호출할 인물로 캡틴 마블을 선택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닉 퓨리의 과거와 새로운 시선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젊은 시절의 닉 퓨리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무게감 있는 리더가 되기 전, 현장에서 직접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요원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한, 그의 오른쪽 눈을 잃게 된 계기가 팬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코믹하고 일상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마블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잘 보여준다.
퓨리와 캐럴의 티키타카는 두 인물 모두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이후 MCU에서 그들이 갖게 될 신뢰 관계의 기반을 설명해준다.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액션과 연출
이 영화의 액션은 ‘우주’와 ‘지구’ 두 무대를 오가며 진행된다. 우주 함선에서 벌어지는 전투, 공중전과 에너지 빔 액션은 캡틴 마블의 압도적인 능력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반면, 지구에서의 추격전이나 격투는 90년대 배경의 레트로 감성을 더해준다. 특히 브리 라슨의 단단한 연기와 쥬드 로가 연기한 욘 로그와의 대립은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 맞물려 인상 깊다.
MCU 속에서의 위치와 평가
《캡틴 마블》은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사이에 위치하며, 결국 《엔드게임》에서 중요한 순간에 활약하는 인물의 기원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단독 작품으로만 보기보다 전체 MCU의 큰 그림 속에서 이해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너무 강한 전투력으로 인해 일부 관객은 ‘위기감이 적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점은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강력함 속에 숨겨진 불안과, 차세대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담아낸 우주 히어로의 탄생기.
별점: ★★☆☆☆★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