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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 공간 색채 재료 동선 정리

by softnote9 2025. 9. 2.

공간 배치와 공공도시의 구조

잔다르는 바다와 접한 낮은 구릉을 등지고 원형으로 펼쳐진 공공도시다. 중심부에 행정·문화 핵이 놓이고, 방사형 가로가 항만과 거주 지대를 향해 뻗는다. 건물 높이는 4~8층 안팎으로 일정하게 눌러 두어 수평 시야가 먼저 열리고, 광장과 수변 산책로가 끊기지 않게 연결된다. 하늘길을 오가는 선박이 많지만, 지상 레벨은 보행이 우선이라 광장—상업—주거—항만이 층층이 이어지는 구성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전투나 추격이 벌어져도 길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의 윤곽은 ‘보여 주는 수도’라기보다 ‘살아가는 수도’에 가깝다. 상징물은 중앙에 조심스럽게 모으고, 나머지 구획은 학교·박물관·시장 같은 생활 프로그램으로 촘촘히 채운다. 높은 타워 하나로 위계를 세우기보다, 낮은 매스의 반복과 곡선형 가로로 도시의 품을 만든다. 그래서 낯선 방문객도 광장을 한 바퀴 돌면 동선의 규칙을 금세 익히게 된다.

잔다르 컨셉 아트
잔다르 컨셉 아트

색채 팔레트와 하늘빛의 활용

팔레트는 밝은 아이보리와 파스텔 톤이 기본이다. 흰 석재와 연한 베이지가 바탕을 이루고, 유리·수면의 푸른빛이 시간을 따라 색을 바꿔 준다. 금빛 문장과 푸른 유니폼이 화면의 포인트가 되어 질서를 상징하는 느낌을 남긴다. 밤에는 저채도의 황백색 조명이 코니스와 아케이드를 따라 번져, 사람의 얼굴과 벽의 질감이 부드럽게 살아난다. 네온의 과시가 아니라 ‘안심되는 조도’가 우선이라는 태도가 도시 분위기를 결정한다.

이 팔레트 덕분에 잔다르는 다른 배경과 쉽게 대비된다. 노웨어의 어둑한 뼈대, 사카아의 강렬한 네온과 달리, 잔다르는 낮은 채도와 넓은 여백이 주는 안정감으로 기억된다. 색이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쪽에 가깝다.

재료 질감과 공공 인프라의 언어

외장 재료는 연한 석재, 세라믹 패널, 무광 금속, 대형 유리다. 석재는 과한 거칠기를 피하고 미세한 줄눈으로 정리해 햇빛을 고르게 흩뿌린다. 금속은 무광에 가까워 반사가 눈을 찌르지 않고, 유리는 태양 차단층이 얇게 들어가 낮에는 투명, 밤에는 은은한 거울이 된다. 바닥은 밝은 석재 판넬과 탄성 포장으로 구분해 보행·자전거·소형 전동 카트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시설 곳곳에 생활성이 드러난다. 수변에는 걸터앉을 수 있는 낮은 단차와 수목 식재가 이어지고, 광장에는 그늘막과 분무형 냉각 장치가 여름의 열을 식힌다. 항만과 도심을 잇는 경사로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무리 없이 오르내리도록 완만하게 잡혀 있다. ‘강한 문명’의 과시보다 ‘편안한 문명’의 결심이 재료 선택에서 읽힌다.

동선 설계와 시민 경험

동선은 방사형, 순환형을 겹쳐 놓은 구조다. 중앙 광장에서 출발한 보행 가로가 바다 쪽으로 뻗고, 수변 순환로가 이를 꿰어 도시를 한 바퀴 잇는다. 교차부마다 그늘·벤치·분수 같은 체류 요소를 넣어 발걸음이 자연히 느려지게 한다. 지상은 차량 속도를 엄격히 낮추고, 화물을 다루는 동선은 지하·수변 측으로 빼 혼잡을 줄인다. 하늘길과의 접점에는 수직 승하강 플랫폼과 보안 게이트가 붙는데, 동선의 갈라짐이 명확해 관광객도 길을 잃기 어렵다.

액션 장면과도 합이 맞는다. 추격이 시작되면 곡선 가로를 따라 시야가 부드럽게 꺾이고, 교량과 아케이드가 프레임을 나눠 속도와 위험을 단계적으로 키운다. 시점이 수변으로 열리는 순간, 붉은 저녁빛과 푸른 수면이 만나 화면의 대비가 커지고, 장면의 절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도시가 액션을 ‘받아내는’ 구조라 장면이 과해도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상징 장치와 이상 도시의 얼굴

잔다르의 상징은 거대한 조형물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과 리듬에 가깝다. 코니스의 얕은 음영, 아치의 반복, 바닥의 방사형 문양이 ‘질서와 합’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금빛 문장은 권력의 무게를 과장하기보다 공공 서비스의 신뢰를 뜻하는 표시처럼 쓰인다. 바다와 도시의 경계가 낮아 시민과 경관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도 중요한 상징이다. “강하지만 부드럽다”는 인상이 시각 언어로 축적된다.

이 상징 체계는 세계관 속 다른 도시와 대비될 때 더 분명해진다. 노웨어가 생존의 도시, 사카아가 혼종의 도시라면, 잔다르는 합의의 도시다. 규칙이 사람을 억누르는 장치가 아니라, 공존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약속에 가깝게 보인다.

정리

잔다르는 밝은 팔레트와 낮은 스카이라인, 연한 석재와 무광 금속, 방사형—순환형 동선, 수변과 광장이 이어지는 구조로 ‘안심되는 수도’를 만들었다. 색은 튀기보다 받치고, 재료는 과시보다 생활을 돕는다. 덕분에 장면은 요란해져도 도시의 맥은 흔들리지 않는다.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다. 강함을 조용히 사용해 합의를 유지하는 도시, 그게 잔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