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어벤져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환점이 된 영화였다. 그전까지는 각 영웅들의 단독 서사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첫 번째 시도이자, 이후 마블이 프랜차이즈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였다.
정주행의 순서대로 다시 보면서 이 영화에 도달했을 때, 단순한 히어로 집합 이상의 감정이 느껴졌다. 당시엔 '함께 싸우는 멋진 장면' 정도로 보였던 장면들이 지금은 '어렵게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다가왔고, 그 서사의 흐름 속에서 아이언맨의 선택이 주는 감정도 한층 더 깊게 느껴졌다.
초기 마블 특유의 어색함과 그 너머의 상징성
다시 보며 가장 먼저 느낀 건, 초창기 마블 영화 특유의 어색한 연출 톤이다. CG의 질감, 대사 운용, 장면의 전환 등에서 지금에 비해 확실히 투박한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의외로 촌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마블 영화들과 비교하면 순수한 열정과 실험 정신이 느껴졌고, 특히 여러 히어로들의 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시도들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과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단지 '합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서 설득력을 가지려 했다는 점에서 지금 봐도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뉴욕 전투에서의 원형 카메라 연출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서 ‘하나의 팀’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영웅들이 하나의 팀이 되기까지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히어로들이 처음부터 협력적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토르는 인간 세계에 대한 거리감이 있었고, 토니 스타크는 독자적이며 자부심이 강했다. 스티브 로저스는 옳고 그름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었고, 브루스 배너는 싸움을 원치 않는 과학자였다.
이렇게 성격도, 가치관도, 시대도 다른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충돌하는 과정은 단순한 갈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어벤져스가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선 먼저 '다름'을 이해해야 했고, 그 중심에 놓인 사건이 바로 쉴드 요원 필 콜슨의 죽음이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팀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단결하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각각의 캐릭터는 ‘개인’에서 ‘팀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 흐름은 이후 MCU의 모든 협업 구조의 근간이 된다.
전투 속에서 살아나는 영웅들의 케미
뉴욕에서의 전투 장면은 단순히 볼거리만이 아니었다. 각각의 히어로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그 능력을 어떻게 조합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설계가 돋보였다.
토르가 번개를 몰고 내려올 때, 아이언맨이 레이저로 다리 구조물을 절단할 때, 캡틴 아메리카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에서 각자의 캐릭터성과 역할이 정확히 구분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상 깊었던 건 서로 간의 전투적 케미였다. 아이언맨이 캡틴의 방패에 레이저를 반사시키거나, 토르와 헐크가 나란히 싸운 뒤 헐크가 토르를 날려버리는 장면 등은 유쾌하면서도 캐릭터 간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였다.
이런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서 관객이 팀워크의 진화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였다.
아이언맨의 첫 희생, 그리고 그 감정의 무게
영화의 마지막, 아이언맨이 핵폭탄을 들고 웜홀 너머 외계로 날아가는 장면은 MCU 역사상 첫 번째 ‘자기 희생’ 장면이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그 순간을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토니 스타크는 본래 그런 선택을 할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기적이고, 과시적이고,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을 위해, 지구를 위해, 무언가 더 큰 책임을 자각한 그 순간 그는 진정한 영웅으로 변했다.
이 장면은 이후 《엔드게임》에서 그가 진짜로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결말로 이어진다. 정주행 중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그 시작점에서 이미 희생의 서사가 준비되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시 봐도 이 장면은 단순한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가장 깊은 장면 중 하나다. 마블 영화들이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물 중심의 드라마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다름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 첫 번째 성공 공식.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