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MCU 10년의 집대성이자, 하나의 장대한 우주를 통해 흩어졌던 서사들이 모두 한 지점으로 수렴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마블 시리즈를 정주행하면서 이 영화에 도달하는 순간의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타노스’라는 빌런이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의 여정, 그의 신념, 그의 비극은 영웅들 못지않게 서사를 끌고 간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단순한 전투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영웅 서사로 느껴진다. 단지 주인공이 우리가 알고 있던 히어로들이 아닐 뿐이다.
타노스, 주인공이 된 빌런
《인피니티 워》는 명백히 타노스의 이야기다. 서사의 구조상 이 영화는 그가 인피니티 스톤을 수집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장면마다 타노스는 직접 등장하거나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가 내리는 결정과 행동은 MCU 전체 세계관을 뒤흔든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우주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무작위로 생명체 절반을 제거하겠다는 것. 잔인하고 오만한 논리지만, 그는 그것이 ‘필연’이며 ‘희생 없는 진보는 없다’고 믿는다.
이 영화는 타노스를 그저 미친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 가모라와의 관계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 갈등과 감정을 보여준다. 그가 딸을 죽이면서 흘린 눈물은 관객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겨준다. 이 감정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져, 타노스를 단순한 악으로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영웅들의 등장과 서사의 연결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장점은 수많은 히어로들이 동시에 등장함에도 그들의 캐릭터성과 이야기 흐름이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니 스타크,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스타로드, 토르,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등 다양한 서사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충돌하고 협력한다.
토니와 닥터 스트레인지, 피터 파커가 팀을 이루는 장면, 가디언즈가 토르를 구조하는 장면, 와칸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각 팀의 특성과 유머, 그리고 전투 스타일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무엇보다 이전 영화들을 충실히 봐온 관객일수록 이 장면들의 교차와 조합에서 커다란 감정적 보상을 느낄 수 있다. MCU가 장기적인 플랜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기도 하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액션과 연출의 정점
《인피니티 워》는 비주얼적으로도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스톤 하나하나가 가진 특성과 능력이 전투마다 다르게 활용되며, 히어로들의 능력 또한 협업을 통해 더욱 빛난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이언맨의 협공, 스파이더맨의 민첩한 구출 작전, 스칼렛 위치와 비전의 감정적 전투, 토르가 스톰브레이커를 들고 워프 게이트를 통해 와칸다에 등장하는 장면 등은 모두 역사에 남을 장면들이다.
각 전투 장면은 단순한 힘의 대결을 넘어서 감정과 서사를 담고 있다. 특히, 타이탄 행성에서 벌어지는 타노스와의 전투는 각 캐릭터가 가진 철학과 의지까지 함께 충돌하는 정교한 액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의 충격, 그리고 시작의 끝
영화의 결말은 충격 그 자체다. 타노스는 결국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고, ‘스냅’을 통해 우주의 생명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다. 히어로들이 하나둘 먼지처럼 사라지는 장면은 MCU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엔딩 중 하나로 손꼽힌다.
스파이더맨이 토니의 품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장면은 관객에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이 장면은 캐릭터에 대한 정서적 연결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결말은 ‘끝’이 아니라 사실상 다음 작품 《엔드게임》으로 향하는 ‘시작의 끝’이다. MCU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절묘한 전환점이며, 이후 관객들의 기대감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클리프행어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시작의 끝, 타노스라는 영웅의 완성과 모든 히어로들의 절망이 교차한 마블의 정점.
별점: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