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에서도 유난히 따뜻하고 소소한 온도를 유지하는 영화다. 《인피니티 워》의 무거움과 충격적인 결말 이후에 개봉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 같은 작품이기도 했다.
정주행 중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앤트맨 특유의 ‘작지만 큰 세계’라는 콘셉트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후속작들과 연결되는 와스프의 본격적인 활약과 악역 ‘고스트’의 서사를 다시 보며 그가 이후 《썬더볼츠》에서 어떻게 복귀할지 예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소소한 가족 이야기의 연속
이 시리즈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 스콧 랭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딸 캐시의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선택과 행동 대부분은 가족, 특히 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히어로로서의 삶과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삶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은 다른 마블 히어로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만큼 이야기가 인간적이고, 관객들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확장된 ‘작은 세계’에서의 전투
앤트맨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크기’라는 요소를 전투와 연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액션은 코믹하면서도 시각적인 쾌감을 준다.
자동차 추격전, 빌딩 축소와 확대, 개미를 이용한 전투 지원 등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된 장면들이 가득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작은 세계와 큰 세계가 끊임없이 오가는 이 시리즈만의 유니크함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영웅, 와스프의 등장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단연 ‘와스프’다. 호프 반 다인은 더 이상 조력자가 아니라, 앤트맨과 대등한 파트너이자 주연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앤트맨보다 훨씬 세련되고 날렵하다. 날개와 블래스터를 활용한 공중전은 마블의 다른 영웅들과 비교해도 독창적이다.
이로써 앤트맨 시리즈는 단독 히어로물에서 듀오 액션물로 진화했고, 그 변화는 후속작의 서사 확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민을 주는 악역, 고스트
이번 영화의 악역 ‘고스트’(에이바 스타)는 마블 악역 중에서도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녀의 동기는 단순한 권력이나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양자 영역 실험의 실패로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진 그녀는 계속해서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길이 영웅들과의 충돌로 이어지지만, 관객은 그를 미워하기 어렵다.
결국 그는 죽거나 완전히 패배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으며 영화에서 퇴장한다. 이 열린 결말 덕분에, 그가 《썬더볼츠》에서 재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영화의 톤과 MCU 속 위치
《앤트맨과 와스프》는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사이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덕분에 이야기의 스케일은 비교적 작지만, 마블 세계관의 중요한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특히 엔드 크레딧 장면에서 스콧이 양자 영역에 갇히는 장면은 《엔드게임》의 타임 하이스트 구상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서사 장치다.
즉, 가볍고 유쾌한 톤 속에서도 세계관의 퍼즐을 완성하는 핵심 조각을 제공한 셈이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소소하지만 중요한, 가족과 파트너십의 가치가 양자 세계만큼 깊게 확장된 이야기.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