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다시 마블을 보기로 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컸다. 아이언맨이 아닌, 전혀 다른 악역 캐릭터로 돌아온다는 발표는 꽤 파격적이었다.
한동안 마블 세계관에서 멀어져 있었기에 더 눈길이 갔다. 새로운 캐릭터들과 설정이 낯설기도 했고, 예전만큼 집중해서 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발표를 듣고 나니, 예전 이야기를 다시 따라가고 싶어졌다. 당연히 시작은 아이언맨1이었다. 마블의 첫 단추였으니까.
결말을 알고 보니 달라진 첫 장면
이제는 그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 그래서 첫 장면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군용 차량에서 웃고 있는 토니 스타크는 아직 그 모든 일을 겪기 전이다. 하지만 불과 몇 초 뒤, ‘STARK’라는 이름이 적힌 폭탄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처음 봤을 땐 단순히 사건의 도입부로만 느껴졌지만, 이번에는 그 순간이 하나의 경계처럼 보였다. 그가 만든 세상이 그를 공격한 장면. 동굴에 갇혀 만들던 슈트조차, 생존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 죄책감을 억누르기 위한 갑옷처럼 보였다.
선택으로 영웅이 된 토니 스타크
토니 스타크는 영웅이라기보단, 책임을 감당하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어떤 초인적인 능력을 얻지 않는다. 그가 가진 건 기술, 자원, 그리고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이었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그 흔들림이 이 인물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아마 아이언맨이라는 정체성은, 그 불완전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다시 봐도 인상적인 슈트와 연출
시간이 흘렀지만, 슈트 연출은 지금 봐도 손색이 없다. 특히 동굴에서 만들어진 첫 슈트는 투박하고 둔해 보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고 절박한 감정을 품고 있다.
제트 추진 장치로 비행을 처음 시도하던 장면은 그 자체로 도전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날아오른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선언 같았다.
슈트 내부의 HUD 시점도 인상 깊었다. 그 기술적 시도 덕분에 관객은 토니의 시선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그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에 감정을 더 쉽게 이입하게 된다.
이 한 편에 시작과 끝이 담겨 있다
영화를 끝까지 다시 보고 나니, 이 한 편에 이미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크리액터는 단순한 생명 유지 장치가 아니었다. 그건 속죄의 상징이었고, 그의 불안이 눈에 보이게 남은 흔적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I am Iron Man.”이라 말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그 장면이 더는 멋짐으로만 보이지 않는 건, 우리가 그의 끝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와 보니, 아이언맨1은 출발선 그 이상이었다. 그 안에는 시작이 있었고, 그보다 더 오래 남는 어떤 결말도 함께 담겨 있었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별점: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