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하게 된 이유와 전작과의 연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토니 스타크의 죽음 이후 MCU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영화다. 정주행을 하면서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단순히 속편이어서가 아니다. 정신적 지주를 잃은 스파이더맨이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마블이 엔드게임 이후 새로운 국면을 어떻게 열어갈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5년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 영화는 ‘엔드게임 직후의 공백기’를 메운 작품이자 차세대 어벤져스의 가능성을 시험한 무대였다.
아쉬운 감정선의 반복
이야기의 출발점은 이해할 만하다. 세계는 여전히 엔드게임의 상처에서 회복 중이고, 피터 파커는 토니의 빈자리를 느끼며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감정선이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거대한 사건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영웅으로서의 책임보다 개인적인 즐거움과 사적인 목표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서사는 전편인 《홈커밍》에서 이미 충분히 다뤘기에, 여기서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했던 관객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액션과 연출의 장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장점이 많다. 우선 배경이 미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옮겨지면서,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들과는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베네치아의 수상 전투, 프라하의 불꽃놀이 속 전투, 런던 타워 브리지를 무대로 한 클라이맥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액션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미스테리오와의 전투 장면에서 보여준 환각 시퀀스는 관객에게 마치 꿈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혼란을 주며,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연출적 실험이었다. 이는 MCU에서 스파이더맨이 가진 ‘민첩하고 역동적인 전투 스타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장면 중 하나다.
토니를 기억하려는 피터의 마음
영화 전반에 걸쳐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를 그리워하며, 그의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이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는 토니가 남긴 ‘이디스’ 안경을 받는 순간이다. 그 안경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토니가 피터를 얼마나 믿었는지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피터가 미스테리오에게 속아 안경을 넘기는 장면은 그의 미숙함을 보여주지만, 결국 스스로 그 실수를 바로잡으며 성장하는 과정 또한 설득력을 가진다.
마무리와 앞으로의 기대감
이 영화의 마지막은 스파이더맨의 미래를 크게 흔드는 장면으로 끝난다. 정체가 전 세계에 공개되며, 그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다. 쿠키 영상은 《노 웨이 홈》으로 이어질 중요한 연결고리였고, MCU 속 스파이더맨의 위치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결국, 아쉬운 감정선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좋은 액션, 감정적인 순간,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남긴 영화였다.
총평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정신적 지주를 잃은 한 청년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그린다. 전작과 유사한 성장 서사가 반복된 점은 아쉽지만, 여행지의 매력을 살린 액션과 시각효과, 토니를 기억하고자 하는 피터의 마음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반복된 감정선의 아쉬움 속에서도, 액션과 감정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를 모두 담아낸 스파이더맨의 또 다른 시작점.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