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우주의 확장과 서사 깊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중 우주의 규모를 한층 더 확장했다. 이번 작품은 수많은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집결하는 거대한 세계를 보여주며, 단순한 실험적 애니메이션을 넘어 장대한 서사로 나아갔다.
전작이 스파이더맨의 정체성과 상징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그 의미를 심화시키면서 각 스파이더맨들이 가진 선택과 책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관객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존재가 차원마다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폭넓게 경험하게 된다.
강화된 마일스 모랄레스의 성장
이야기의 중심은 여전히 마일스 모랄레스다. 그는 이제 막 힘을 얻은 신인이 아니라, 점차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영웅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모와의 관계,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책임, 그리고 다중 우주 속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게 다뤄졌다.
특히 마일스가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들과 갈등하며 자신의 선택을 지켜내는 과정은, 단순히 성장담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선언이었다. 이는 슈퍼히어로 서사에서 흔히 보이는 영웅의 성장 공식을 새롭게 변주한 사례로 평가된다.
화려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실험적 시도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여전히 애니메이션 연출이다. 차원마다 시각적 표현이 달라지며, 각 스파이더맨의 세계는 서로 다른 미술적 개성과 화풍으로 구현되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 그웬의 세계는 수채화 같은 몽환적 색감으로, 스파이더 펑크는 펑크 록 잡지의 콜라주 같은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캐릭터의 정체성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장치였다. 전투 장면에서는 전작보다 한층 화려한 동작과 색감이 사용되었으며, 편집 리듬 역시 만화적 실험과 영화적 긴장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 덕분에 관객은 다시 한번 스파이더버스만의 독창적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의 향연
이번 작품에서는 수십 명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미래적 디자인의 스파이더맨 2099, 반항적인 매력을 가진 스파이더 펑크, 또다시 돌아온 스파이더 그웬 등 각 캐릭터는 짧은 비중에도 뚜렷한 개성을 드러냈다.
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중심을 분산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마일스의 성장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다른 캐릭터들의 등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소 산만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대한 서사의 무게와 아쉬움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전작보다 훨씬 큰 스케일과 깊이를 담았지만, 완결편을 위한 전편 성격이 강했다. 영화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야기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긴장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이는 후속편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로 이어지는 구조이지만, 단독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징검다리라는 성격이 강해, 전작의 신선한 충격에 비해 약간 힘이 분산된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총평과 별점
총평하자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전작을 능가하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깊어진 서사로 주목받았지만, 전편적 성격 때문에 아쉬움도 남긴 작품이다. 마일스 모랄레스의 성장은 설득력 있었고, 수많은 스파이더맨들의 향연은 즐거움을 주었지만, 중심 서사의 흐름은 다소 분산되었다.
한 줄 평 장대한 다중 우주와 화려한 연출 속에서 성장한 마일스, 그러나 전편적 한계로 완성도는 다소 아쉬운 작품
별점 ★★★☆☆☆ 3.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