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정주행 이유 티찰라 죽음과 와칸다 문화 초반 몰입도와 중후반 개연성 파괴 탈로칸 전투와 전투 연출의 부재 새로운 블랙 팬서의 약한 액션 책임 회피와 마블 영웅 방향성 변화

by softnote9 2025. 8. 16.

정주행 이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 역의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세상을 떠난 뒤 제작된 첫 작품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의 부재를 기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장례 행렬이 거리를 따라 움직이는 동안 와칸다의 시민들은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이 춤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그의 업적과 기억을 기리는 의식이다. 배우들의 표정은 슬픔과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장면을 마블 영화의 시작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하게 만든다. 특히 티찰라의 어머니 라몬다의 절제된 목소리와 단호한 눈빛은 한 나라의 지도자이자 한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무게를 담고 있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티찰라 죽음과 와칸다 문화의 강한 인상

초반부에서 드러난 와칸다의 문화적 디테일은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흰 천을 길게 늘어뜨린 장례 복식, 북과 현악기의 절묘한 조화,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길에 흩날리는 꽃잎까지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설계됐다. 카메라는 높은 곳에서 군중의 움직임을 잡아내고, 인물의 표정 클로즈업을 통해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라몬다가 왕좌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와칸다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히는 장면은 국가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와 정치적 태도의 결합은 와칸다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있는 세계로 느끼게 만들었다.

중후반의 개연성 파괴와 전개 약화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터 설득력을 잃기 시작했다. 와칸다는 기술력과 전투력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나라로 설정돼 있지만, 외부 세력의 기습에 쉽게 무너진다. 방어막과 감시 체계가 촘촘히 구축된 나라가 아무런 전조 없이 침입을 허용하는 장면은 설정과 모순된다. 탈로칸과의 초기 교섭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적 긴장감은 전투가 시작되면서 사라지고, 사건의 전환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다. 그 결과, 관객은 캐릭터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강국이자 자존심 강한 나라가 너무 쉽게 밀리는 모습은 마블 세계관 속 와칸다의 위상을 훼손했다.

탈로칸 전투와 전투 연출의 부재

탈로칸과의 전투는 새로운 해양 문명과의 대결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갖고 있었지만, 전투 연출 자체는 단순하고 짧았다. 수중과 수상 전투가 번갈아 진행되지만 전투 구도의 창의성이 부족했고,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았다. 특히 아이언 헌트라는 천재 대학생 캐릭터가 전투 중 살생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블랙 팬서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는 강인함과 빠른 판단, 전투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이지만, 이번 영화의 새로운 블랙 팬서는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전투 동작은 단순했고, 적을 압박하는 기세가 부족했으며,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는 장면도 부재했다. 팬들이 기대한 블랙 팬서 특유의 날렵함과 파워풀한 연출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책임 회피와 마블 영웅 방향성 변화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블랙 팬서는 중요한 결정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과거의 블랙 팬서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티찰라는 나라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목숨을 걸었지만, 새로운 블랙 팬서는 개인적 감정에 더 집중하며 공동체의 부담을 덜어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통적인 마블 영웅 서사, 즉 힘과 책임의 균형을 상징하던 철학에서 벗어난 선택이었다. 슈리의 감정선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지만, 영웅의 사명감이 약화된 결말은 많은 관객에게 공허함을 남겼다. 마블이 앞으로 영웅을 그리는 방식이 과거의 영웅상과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그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총평과 별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초반부의 장례 장면과 와칸다의 문화적 매력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개연성 부족과 힘없는 전투 연출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블랙 팬서라는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과 액션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점은 팬들에게 특히 아쉬움을 남겼다. 마블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계관과 영웅상을 재구성할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지만, 독립적인 영화로서의 재미는 부족했다.

별점: 1.5/5

한 줄 평: 장례는 장엄했고 문화는 아름다웠으나, 그 이후의 서사는 와칸다의 힘과 블랙 팬서의 이름값을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