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의 배경과 작품의 위치
《로키》 시즌 1은 MCU의 멀티버스 사가를 본격적으로 여는 작품이다. 엔드게임에서 테서랙트를 들고 도망간 2012년 버전의 로키가 TVA(Time Variance Authority)에 체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 정주행은 단순히 로키라는 인기 캐릭터를 다시 보기 위함이 아니다. 멀티버스 개념과 시간의 흐름, ‘변이’라는 설정을 다시 정리하고, 이후 페이즈 4와 5에서 벌어질 거대한 사건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형식 덕분에 로키라는 인물이 왜 이토록 매력적인지, 그리고 그의 성장 서사가 어떻게 쌓여가는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재시청에서는 처음에는 스스로를 ‘장난의 신’이라고 생각했던 로키가, 점차 ‘자신만의 정의’를 찾는 과정을 집중해서 봤다.
멀티버스 사가의 세계관 설명
《로키》 시즌 1은 멀티버스와 시간선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TVA라는 조직은 ‘신성한 시간선’을 유지하기 위해 변이들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시간 여행과 평행 세계 개념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브리핑 장면과 TVA의 복고풍 디자인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장치였다.
또한 ‘그 분(He Who Remains)’의 등장으로 멀티버스 전쟁의 가능성이 열리고, 이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연결되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 모든 설정이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드라마라는 긴 호흡 속에서 차근차근 제시되기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는 데 부담이 적다.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한 전반전
이 드라마의 로키는 과거 ‘어벤져스’ 1편에서 뉴욕을 침공했던 야심가이자, 형 토르와 끊임없이 갈등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TVA에 끌려온 이후 그는 자신이 원래 걷게 될 길과 최후를 알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의 화해, 타노스에게 맞이할 죽음을 보면서, 로키는 서서히 변한다.
그의 여정은 단순히 악역에서 선역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실비라는 또 다른 변이 로키와의 만남은 그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둘 다 자유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깊이 연결된다.
어려운 개념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연출
《로키》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어려운 개념을 시각적으로 쉽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가지 않는 TVA의 공간, 무한히 반복되는 심문실, 다양한 변이 로키들의 등장 등은 설정의 복잡함을 오히려 흥미 요소로 바꾼다.
특히 올리비아 콜먼과 오웬 윌슨이 연기한 TVA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는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유머와 온기를 더한다. 또한 에피소드 말미에 반복적으로 삽입되는 반전은, 시청자가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인물 중심의 이야기
로키 시즌 1은 거대한 세계관 확장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로키’라는 인물에게 고정시킨다. 그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인정 욕구에 시달린다. 이 모순적인 성격은 시청자가 그를 단순히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회에서 로키와 실비가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는 장면은, 그들의 가치관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실비는 복수를 택하고, 로키는 질서를 택한다. 이 결정은 시즌 2와 이후 MCU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총평
《로키》 시즌 1은 단순한 캐릭터 드라마를 넘어, MCU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멀티버스와 시간선이라는 방대한 설정을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든 연출, 그리고 로키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성장을 동시에 잡았다. 재시청을 하니, 첫 감상 때보다 로키의 선택과 행동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등급: A
한 줄 평: 혼돈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로키, 멀티버스의 문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