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린의 마지막 여정과 비극
‘로건’은 2017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수많은 작품에서 불멸의 상징처럼 그려졌던 울버린은 이 영화에서 더 이상 무적이 아니다. 치유 능력은 약해지고, 세월의 흔적은 그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라, 병든 몸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흔히 보여주던 불멸의 이미지와 거리를 두며, 오히려 인간적인 고뇌와 비극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로건’은 영웅의 마지막을 웅장한 전투가 아니라, 고통과 상실 속에서 맞이하는 비극으로 그려낸 점에서 특별하다.
늙은 영웅의 고독과 인간성
로건은 늙은 교수 X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그는 과거의 영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술과 무기력 속에서 자신을 소진시킨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여전히 남을 지키려는 본능을 버리지 못한다. 이 모순된 감정이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었다.
늙은 영웅의 고독은 곧 인간성의 문제였다. 불멸과 강함의 뒤에 가려졌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며, 관객은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슈퍼히어로라기보다, 상처받은 한 인간의 초상으로서 로건은 더욱 강렬했다.
잔혹하면서도 사실적인 액션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잔혹하면서도 사실적인 액션이다. 기존 X-Men 시리즈에서는 PG-13 등급의 제약 때문에 울버린의 발톱이 가진 잔인함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로건’은 R등급을 선택하며, 울버린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적들을 관통하는 장면, 피와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는 전투는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 폭력성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로건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처절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액션은 오락이 아니라,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강조하는 수단이었다.
로라와의 관계와 세대 교체
영화의 중요한 축은 로라, 즉 X-23과의 관계다. 로라는 로건의 유전자로 탄생한 소녀로, 로건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존재였다. 처음에는 서로를 거부했지만, 점차 로건은 로라를 통해 자신이 남길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로라는 울버린의 무덤에 십자가 대신 X 표시를 세운다. 이 장면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한 세대의 끝과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로건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여는 순간이었다.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어선 드라마
‘로건’은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로 분류되기 어렵다. 영화는 서부극의 느와르적 감성을 담았고, 아버지와 자식 같은 관계, 늙음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영웅의 화려한 서사 대신, 인간적인 고통과 끝맺음을 정직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어선 드라마로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마지막 이야기를 가장 인간적으로 완성시킨 작품이었다.
총평과 별점
총평하자면 ‘로건’은 울버린의 마지막을 장엄한 전투가 아니라 인간적인 비극으로 담아낸 영화다. 늙음과 상실, 그리고 세대 교체라는 주제를 사실적이고 잔혹한 액션과 결합해 강렬한 감정을 남겼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 한 인간의 드라마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한 줄 평 영웅의 마지막은 장엄한 전투가 아니라 인간적 비극과 세대 교체의 이야기였다
별점 ★★★★☆ 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