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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 공간 색채 재료 동선 정리

by softnote9 2025. 9. 4.

공간 배치와 머리 도시의 구조

노웨어는 고대 셀레스티얼의 잘려 나간 머리뼈를 도시로 전환한 장소다. 두개골의 외피는 자연 지형처럼 굴곡이 크고, 내부의 공동은 원래 혈관과 신경이 지나던 빈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그 빈 공간을 따라 보행로와 브리지를 걸고, 뼈 표면에 볼트와 리벳으로 지지대를 박아 플랫폼을 만들었다. 상층 링은 외부 도킹과 검문이 이루어지는 입구 겸 환승 구역에 가깝고, 중앙 공동은 시장과 운송 창고, 수리 공방이 뒤섞인 복합 지대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채굴 갱도와 공업용 설비가 촘촘해져 장비 소음과 진동이 배경음을 이룬다. 도시의 수직적 위계가 권력의 탑으로 정리되지 않고, 생활·작업·유흥이 층층이 얽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머리뼈라는 기묘한 골조가 ‘계획’보다 ‘적응’을 강요한 결과라 보인다.

이 구조 덕분에 시야 경험도 독특하다. 외곽 링에서 중앙 공동을 내려다보면 거대한 공동의 깊이가 먼저 체감되고, 반대로 하층 갱도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불규칙한 브리지와 간이 간판이 천장처럼 겹친다. 상층은 바람이 통하고 이동이 빠르며, 하층은 체류가 잦고 대화가 오래 머문다. 거주지는 상층의 선반형 플랫폼에 붙어 있고, 공동체 시설은 중앙 공동의 완만한 경사 주변에 붙는 경향이 강하다. 일과 휴식, 거래와 휴먼 드라마가 한 화면 안에 겹쳐 보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살아 있는 폐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다.

노웨어 컨셉 아트
노웨어 컨셉 아트

색채 팔레트와 네온·골재의 대비

노웨어의 바탕색은 황토색·회백색·먼지빛에 가깝다. 채굴등의 황백광과 산업용 나트륨등이 기본 조도를 깔고, 야간이나 실내 시장에서는 마젠타·청록·보라 계열 네온이 골목과 간판을 물든다. 뼈 표면은 칙칙한 회백색인데, 금속 보강재와 유리 파편, 플라스틱 차양이 그 위에 불규칙한 포인트를 얹는다. 채굴 구역은 따뜻한 노랑·오렌지 톤이 강해 열과 소음이 느껴지고, 거래 구역은 차가운 청록·보라 톤이 강해서 유흥과 쇼핑의 분위기가 강조된다. 색은 구역의 성격을 빠르게 구분시키는 표지 역할을 한다.

수집가의 관람실은 예외다. 바닥과 벽을 어둡게 죽이고 유물에만 스포트 조명을 주어, 도시 전체의 혼잡한 색채에서 갑자기 박물관 톤으로 이동한 듯한 감각을 만든다. 관람자는 순식간에 ‘소음의 바다’에서 ‘정적의 섬’으로 옮겨 간다. 이 대비가 노웨어의 팔레트를 더 극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네온과 골재, 광택과 먼지, 생기와 부패가 한 장면에 공존하되, 색의 층위를 나눠 눈의 피로를 낮춘 점이 영리하다.

재료와 표면: 채굴 도시의 물성

노웨어의 표면은 숨김이 거의 없다. 뼈의 다공성과 균열이 그대로 노출되고, 금속 보강재는 용접 비드와 볼트 머리를 숨기지 않는다. 보행로는 미끄럼을 막는 격자형 강철 그레이팅을 기본으로 쓰고, 난간은 재활용 파이프·케이블을 조합해 만든다. 상점 외벽은 얇은 금속 판넬과 라미네이트 유리, 비닐 차양과 천막이 뒤섞인다. 접합부의 실란트와 임시 지지대가 카메라에 그대로 잡히니, 임시성과 생존의 태도가 물성 자체로 설득된다.

실내에서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장치가 눈에 띈다. 진열 유리는 파편 비산을 줄이는 라미네이트 느낌을 주고, 바닥은 탄성 포장을 섞어 낙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한다. 전력선과 배관은 천장으로 올려 보행 구간의 안전을 확보하고, 연기 배출용 덕트가 곳곳에 열려 있다. 도시가 생긴 이유가 ‘자원을 캐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재료 선택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아름다움은 뒤로 밀리고, 기능과 생존이 표면의 문법을 결정한다.

동선 문법과 장면의 리듬

노웨어의 기본 루트는 입구—상층 링—중앙 공동—하층 갱도로 이어지는 순환에 가깝다. 이동은 짧고 급하다. 상층에서 하층으로 급하강해 사건의 한복판으로 진입하고, 사다리·경사로·좁은 브리지를 연속 통과하는 동안 프레임이 수시로 꺾인다. 이런 ‘짧은 전환’의 누적이 추격과 도주 장면의 리듬을 만든다. 관객은 미로 같은 동선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링과 공동, 갱도라는 반복된 형태가 순간적인 방향 전환을 시각적으로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 이 동선 문법은 장면의 성격을 바꾸는 스위치로 쓰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서는 주인공들이 수집가의 관람실로 들어가는 순간, 도시의 소음과 네온이 꺼지고 시야가 유물에 고정되는 박물관 동선으로 변했다. 오브의 정체가 드러난 후에는 다시 공동으로 튕겨 나가며, 폭발과 혼란이 상층과 하층을 연쇄적으로 흔든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는 같은 관람실이 ‘현실 조작’에 의해 환영처럼 보이고, 붉은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동선 자체를 가짜처럼 느끼게 만든다. 훗날 「홀리데이 스페셜(2022)」과 「가디언즈 Vol.3(2023)」에서는 노웨어가 공동체의 본부로 격상되어, 상층 링이 피난민 수용과 출정 준비의 플랫폼으로 재해석된다. 같은 길이 ‘관광—탈출—지휘’로 의미를 바꾸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길이 서사의 역할을 배우는 도시라 할 만하다.

정리

노웨어는 ‘죽은 신의 머리’를 사람 사는 그릇으로 바꾼 도시다. 황토·회백의 바탕 위에 네온이 얹히고, 뼈와 금속이 뒤엉킨 표면이 임시성과 생존을 말한다. 입구—링—공동—갱도의 순환 동선은 짧게 꺾이며 사건을 밀고, 같은 경로가 작품마다 ‘시장—환영—본부’로 겹겹이 의미를 바꿨다. 과장된 상징물 없이도 도시 자체가 상징으로 작동한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버려진 머리를 공동체의 심장으로 되살린 장소, 그게 노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