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마블 시리즈 중에서도 감정선이 가장 짙고, 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다룬 영화다. 페이즈 3에 들어서며 각 히어로들의 내면과 인간적인 면모에 더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팀워크를 넘어 ‘가족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이었다.
이번 정주행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우정’과 ‘목적’으로 묶였던 가디언즈가 비로소 진짜 가족으로서 결속하는 과정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서 페이즈 1과 2에서는 각자가 고립된 인물이었다면, 이제는 감정적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유쾌한 분위기와 개그 속에서도, 서사는 매우 섬세하고 감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볼수록, 이 영화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정체성을 확립하는 진짜 이야기였다.
주인공이 진정한 가족을 깨닫고 찾는 여정
이 영화의 중심축은 피터 퀼이 진짜 가족의 의미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다. 아버지 에고의 등장으로 인해, 그는 생물학적 관계와 감정적 유대를 분리해서 이해하게 된다.
에고는 창조의 힘을 가진 신적인 존재지만, 그는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없는 인물이다. 반면 욘두는 외형상 납치자이자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사실상 피터를 지켜주고 가르친 ‘아버지 역할’ 그 자체였다.
이 역설적인 관계가 주는 감정의 밀도는 매우 높다. 피터는 뒤늦게나마 욘두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고, 그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단순히 유전자나 과거가 아닌, ‘함께한 시간과 선택’이 가족이라는 메시지는 이 작품을 감정적으로 강한 영화로 만들어준다.
가족으로 뭉친 우주 히어로들의 성장
가디언즈는 더 이상 우연히 모인 팀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과거의 상처를 공유하며 서서히 하나의 가족으로 변화해간다.
로켓은 욘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 이유가 두려움 때문임을 인정하고, 감정적으로 한 발 나아가게 된다.
가모라와 네뷸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적대와 경쟁의 감정이 서서히 치유되며, 자매로서의 연결이 회복되는 순간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그루트는 여전히 유쾌한 존재로 남아 있지만, ‘아기 그루트’라는 설정은 팀 전체의 보호 본능과 따뜻함을 끌어내는 장치가 되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개그와 음악
《가디언즈 VOL.2》의 개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드랙스의 직설적인 유머, 로켓의 까칠한 농담, 그리고 그루트의 엉뚱함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그는 단지 웃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종종 긴장을 완화시키고, 감정적으로 무거운 장면들과 균형을 맞춰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음악 또한 여전히 강력한 감정 매개체다. Awesome Mix Vol.2의 선곡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각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Father and Son”이 흘러나오는 욘두의 장례 장면은 마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뭉클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음악이 주는 감정의 폭발력이 극대화된 장면이었다.
가벼움 속에 묻힌 진심
표면적으로는 개그와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숨어 있다.
영화는 무거운 방식이 아니라, 일상적 유머와 소소한 갈등을 통해 이 질문에 접근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고도 섬세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이면서도, 가족 드라마에 가까운 감정의 흐름을 그려낸다.
한 줄 평과 별점
한 줄 평: 우연히 모인 팀이 가족이 되는 순간, 그 여정 속에 진짜 감동이 있었다.
별점: ★★★★☆ (3.5/5)